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영화를 고른 건 순전히 심심해서였습니다. 전남편과 현남편이 납치된 딸과 아내를 함께 구한다는 설정, 들었을 때 "재밌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밥 먹으면서 틀어놓은 게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못 뗐습니다. 기대치가 낮았던 탓도 있겠지만, 배우들이 예상보다 훨씬 잘해냈습니다.
코믹액션 장르, 기대와 현실 사이
코믹액션(Comic Action)이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 연출과 액션 시퀀스를 함께 묶은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긴장감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구조인데, 이 영화는 그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서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꽤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코믹 쪽에서는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이라기보다는, "이 상황이 왜 이렇게 됐지?"라는 어이없음에서 나오는 웃음이었습니다. 김용강의 마약 협상 장면에서 연신 혼자 비장한 척하다 상대에게는 완전히 무시당하는 장면이라든지, 전남편과 현남편이 나란히 학부모 자리에 앉아 어색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면서 피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액션 쪽은 솔직히 좀 아쉬웠습니다. 차량 추격전(Vehicle Chase Sequence)이 나오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배우 얼굴을 잡는 데 더 집중해서, 정작 차가 어떻게 달리는지가 잘 안 보였거든요. 차량 추격전이란 말 그대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역동적인 그림이 핵심인데, 클로즈업으로만 처리되니 박진감이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와이드 샷으로 전체 상황을 보여줬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어이없는 상황에서 터지는 코믹 연출 — 장르 본연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
- 차량 액션 장면에서 카메라 앵글이 아쉬움으로 남음
- 클라이맥스 액션도 "멋있다"보다 "이게 맞나?"라는 반응이 먼저
연기력이 영화를 살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칭찬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이걸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설정인데, 배우들이 그 허술함을 몸으로 메워주는 느낌이랄까요.
김지석 배우와 이다희 배우는 마약 조직을 이끄는 악역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보통 악역이라고 하면 냉혹하거나 잔인한 면만 부각되기 마련인데, 이 두 사람은 조금 달랐습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악행의 동기로 이어지는 구조라서, 단순히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됩니다. 악역 캐릭터의 내면 동기(Character Motivation)가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었지만, 두 배우 모두 제 역할 이상을 해낸 것 같습니다.
전남편과 현남편 콤비의 티격태격도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나 대학교 입학할 때 너 초등학교 입학했어"라는 식의 나이 싸움이나, 딸 면회 자리에서 어색하게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은 각본보다 배우들의 리액션이 더 웃겼습니다. 제 경험상 코믹 영화에서 배우의 즉각적인 반응이 대사보다 더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가족 구출이라는 소재, 공감되는가
납치된 가족을 구한다는 소재는 한국 영화에서 꽤 자주 쓰이는 클리셰(Cliché)입니다. 클리셰란 지나치게 자주 반복돼서 신선함이 떨어진 표현이나 설정을 뜻하는데, 이 영화는 그 클리셰를 피하기 위해 "전남편과 현남편의 연합"이라는 변주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설정이 처음엔 와닿지 않았습니다. 납치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분명히 실망할 구성입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 앞에서는 전남편이든 현남편이든, 심지어 마약 조직원이든 다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관객이 코믹 장르에서 가장 선호하는 요소는 '공감 가능한 상황'과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로 나타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 영화는 그 두 가지를 꽤 잘 건드립니다. 상황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가족을 구하겠다는 감정선만큼은 현실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어떤 관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데 있어서 솔직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완성도 높은 액션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보면 분명히 실망합니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시퀀스(Climax Sequence)도 박진감보다는 황당함이 앞서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데, 클라이맥스 시퀀스란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의 흐름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좀 더 멋지게 처리됐다면 영화 전체 평가가 달라졌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유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가볍게 보고 나니 그 허술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색깔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완벽한 완성도보다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관객 분석 자료에서도 코믹 장르 영화는 관람 목적이 '휴식과 기분 전환'인 관객층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 영화는 딱 그 용도입니다. 무거운 영화 보기는 싫고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너무 멍한 날, 밥 먹으면서 틀어놓기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 추천 대상: 가볍고 웃긴 코믹 영화를 찾는 분
- 추천 대상: 배우 케미스트리 중심으로 즐기는 분
- 비추천 대상: 강렬한 액션과 치밀한 스토리를 원하는 분
결론
정리하면, 이 영화는 완성도로 승부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허술한 설정과 아쉬운 액션 연출을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와 어이없는 코미디 상황이 메워주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기대를 얼마나 내려놓느냐가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무거운 영화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심심하게 있는거는 싫은 날에 한 번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밥 먹으면서 보기에 딱 맞는 텐션입니다. 코믹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