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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이 공포 영화의 소재가 된다면 어떨까요. 저도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꽤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는 청각 장애나 소음을 활용한 작품이 없지 않았지만, 순수한 공포 영화에서 이 조합을 시도한 경우는 드물었으니까요. 6월 25일 개봉한 한국 공포 영화 '노이즈'를 보고 나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층간 소음과 청각 장애, 소재만큼은 진짜였다
'노이즈'는 김수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입니다. 상영 시간은 93분으로 길지 않고, 이선빈·한수아·류경수·백주희 등이 출연합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 여성(이선빈 분)이 실종된 여동생(한수아 분)을 찾기 위해 604호 아파트에 머물면서 밤마다 정체불명의 소리에 시달리고, 그 아파트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소재의 결합 방식이었습니다. 층간 소음(inter-floor noise)은 한국 공동 주택 사회에서 실질적인 갈등의 원인입니다. 여기서 층간 소음이란 위아래 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생활 소음으로, 국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출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연간 접수 민원이 수만 건에 달할 만큼 현실적인 사회 문제입니다. 이걸 공포의 트리거(trigger)로, 즉 공포를 촉발하는 장치로 삼겠다는 기획 자체는 저도 손뼉을 쳤습니다.
거기에 주인공이 보청기를 착용하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설정은 한층 더 정교했습니다. 보청기를 끼고 있을 때와 빼고 있을 때, 주인공이 인지하는 세계가 달라집니다. 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해 화면에 표시하는 스마트폰 음성 인식 기능을 공포 연출에 활용한 아이디어도 저는 꽤 신선하게 봤습니다. 이런 소재와 설정만 놓고 보면, 분명히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 층간 소음을 공포의 핵심 장치로 설정한 현실 밀착형 기획
- 청각 장애 주인공의 보청기 착탈로 공포 체감을 이중 구조화
- 음성 인식 자막 활용 등 시각적 공포 연출 아이디어
- 이선빈의 고군분투하는 연기와 류경수의 짧고 강렬한 인상
사운드 디자인은 훌륭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영화에서 제가 실제로 소름이 돋았던 순간들은 거의 대부분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 덕분이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이란 영화에서 대사 외의 모든 소리, 즉 배경음·효과음·음악 등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그 부분만큼은 꽤 공을 들였습니다. 밤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드림, 보청기를 통해 증폭되거나 차단되는 소음의 질감은 분명히 불쾌하고 소름 돋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소리는 무서운데, 정작 무서운 게 뭔지 잘 파악이 안 됐습니다. 영화의 공포 문법이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사람이 귀신에 홀려 층간 소음에 눈이 돌아간 모습을 보여주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갑자기 귀신 비주얼이 등장합니다. 심리 공포와 초자연 공포, 두 방향이 충돌합니다.
공포 영화에서 장르 혼용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두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서도 장르 혼합 영화의 관객 평가는 방향성의 명확성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영화는 그 결합에 실패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중반까지는 분명히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자연적 요소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후반부에서 저는 솔직히 헛웃음이 났습니다. 몰입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장르 혼선이 남긴 것, 그리고 이 영화가 가야 했던 길
저는 공포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완성도 면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점프 스케어(jump scare), 즉 갑작스러운 시각·청각 자극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방식에만 의존하거나, 분위기는 좋은데 서사가 붕괴되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노이즈'는 그 반복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엔딩입니다.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는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의도가 화면 위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의 꿈 장면처럼 불필요하게 삽입된 연출들이 흐름을 끊고,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갈피를 못 잡는 인상을 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어수선함은 편집(editing) 단계에서 방향 결정이 흔들렸을 때 자주 나타납니다. 여기서 편집이란 단순히 장면을 자르고 붙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리듬과 감정선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차라리 초자연적 요소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층간 소음에 시달리다 무너져 가는 인간의 심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어땠을까요.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끝까지 모호하게 가거나, 혹은 인간 자체가 귀신보다 무섭다는 방향으로 담백하게 갔다면 훨씬 더 짜임새 있는 공포가 나왔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같이 관람한 분도 중반까지는 분명히 긴장하고 몰입했지만, 후반의 초자연적 전개에서 몰입이 깨졌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저는 이 영화의 티어를 C로 평가합니다. 아이디어와 소재, 사운드 디자인, 배우들의 열연은 분명히 칭찬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장르 노선의 불명확함, 어수선한 편집, 아쉬운 엔딩이 그 장점들을 상쇄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노이즈' 무섭나요? 공포 영화 초보자도 볼 수 있을까요?
A.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바로는, 전반부는 긴장감이 있고 불편한 소음 연출이 꽤 소름 끼칩니다. 다만 후반부에서 초자연적 요소가 개입하면서 공포보다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극도로 무서운 영화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소리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이선빈 주연 '노이즈', 이 영화가 현실 스릴러인가요, 귀신 영화인가요?
A. 두 가지가 섞여 있어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층간 소음과 청각 장애를 소재로 한 현실 공포 스릴러를 기반으로 하지만, 초자연적인 귀신 요소도 등장합니다. 이 혼합이 영화의 가장 큰 논란 지점이기도 합니다. 현실 공포로 한 방향을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이유입니다.
Q. 류경수 '노이즈' 출연 분량은 얼마나 되나요?
A. 분량 자체는 길지 않습니다. 아랫집 남자 역할로 등장하는데, 짧은 장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저도 류경수 배우의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집중도가 높은 순간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Q. '노이즈' 상영 시간이 짧다던데, 내용이 부실하지 않나요?
A. 93분(1시간 33분)으로 공포 영화치고 부담 없는 러닝타임입니다. 상영 시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안에서 두 장르를 동시에 소화하려다 보니 서사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짧은 시간이 오히려 한 가지 방향에 집중할 기회였을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노이즈'는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진짜 좋은 영화입니다. 층간 소음과 청각 장애의 조합, 사운드 디자인의 완성도, 배우들의 열연은 분명히 볼 만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제가 영화관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아쉬움이었습니다. 방향을 하나로 잡지 못한 채 두 장르 사이에서 흔들린 결과가 후반부의 몰입 붕괴로 이어졌고, 엔딩에서도 그 혼란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반부의 소음 공포 연출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가지 노선을 명확히 선택했더라면 훨씬 기억에 남는 데뷔작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김수진 감독의 다음 작품에서 그 가능성이 제대로 구현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