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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1편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영화가 그냥 좀 정신없는 패션계 직장 드라마인 줄만 알았습니다. 앤디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겨우 버티는 모습이 숨 가빴거든요. 그런데 20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을 보고 나서는 전혀 다른 감정이 남았습니다. 같은 캐릭터들인데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그리고 이게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시대 자체를 담은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미란다, 달라진 게 맞을까요?
1편의 미란다 프리슬리는 말 그대로 압도적인 존재였습니다. 코트를 툭 던지면 비서가 받아야 했고, 독설 한 마디면 사람이 무너졌죠. 그런데 2편에서 처음 미란다를 다시 마주쳤을 때 저는 솔직히 살짝 낯설었습니다. 예전 같은 서슬 퍼런 카리스마가 조금 옅어진 느낌이랄까요.
이게 캐릭터가 약해진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뀐 것을 영화가 영리하게 반영한 결과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상사의 독설과 괴롭힘을 직장 내 갑질, 즉 파워 해러스먼트(Power Harassment)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파워 해러스먼트란 직위나 권력을 이용해 상대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뜻하는데, 1편의 미란다 방식은 지금 기준으로는 버젓이 해당하는 행동들이 많았습니다. 영화도 그걸 알고 있었던 거죠. 미란다가 직접 코트를 걸어야 하고, 브랜드에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장면들이 그냥 개그로 들어간 게 아닙니다.
더 인상 깊었던 건 미란다의 모티브로 알려진 패션계의 실권자 안나 윈투어(출처: Vogue 공식 사이트)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비서들은 출근 시간만 되면 극도로 긴장했다고 하지만, 최근 비서들의 증언은 달랐습니다. 힐 착용이 필수였던 사내 문화도 이제는 편한 신발로 갈아 신어도 묵인되는 분위기라고 하니까요. 그 현실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미란다가 더 안쓰럽고 동시에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남편에게 솔직하게 두려움을 털어놓는 장면은 1편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미란다였으니까요.
- 파워 해러스먼트 규범 강화로 미란다식 독설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 안나 윈투어의 실제 변화가 영화 속 미란다 캐릭터에 직접 반영됨
- 브랜드와의 권력 관계가 역전되며 런웨이의 위상도 달라진 현실 묘사
- 글로벌 총괄 승진이라는 결말은 안나 윈투어의 실제 커리어 경로와 겹침
앤디는 20년 동안 뭘 하고 있었을까요?
1편 결말에서 앤디가 런웨이를 떠난 후, 솔직히 저도 그 이후 그녀가 어떻게 됐을지 별로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잘 됐겠지" 하고 넘겼는데, 2편이 제시하는 20년 후의 앤디는 예상보다 훨씬 고단한 궤적을 걸어온 사람이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패션 감각의 변화입니다. 1편에서 앤디는 패션 문외한이었고, 그 점이 오히려 관객이 그녀에게 감정 이입하는 핵심 포인트였죠. 2편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로 나타납니다. 메이크오버(makeover), 즉 외모나 스타일 전반을 변신시키는 과정을 나이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엔 나이젤이 옷을 골라줘야 했다면,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된 거죠.
물론 이 변신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저도 느꼈습니다. 지나치게 유행을 좇는다는 느낌이 드는 스타일링도 분명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앤디가 진짜로 패션계에 물들었다는 증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앤디라는 캐릭터의 진짜 성장은 외모가 아니라 태도에 있었습니다. 1편에서 나이젤은 앤디에게 "미란다는 칭찬할 의무가 없다"고 일침을 날렸는데, 2편에서도 앤디는 여전히 미란다의 인정을 갈구합니다. 같은 실수를 20년 후에도 반복한다는 게 웃기면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그 감정 아닌가요. 결말에서 앤디가 마침내 그 갈망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저는 그 장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출처: IMDb - The Devil Wears Prada 2).
결말 장면에서 저는 왜 눈물이 날 것 같았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차 안에서 미란다와 앤디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1편의 유명한 오마주 씬입니다. 1편에서 미란다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던 그 차 안 장면을 가져와, 이번엔 두 사람이 대등하게 마주보는 구도로 바꿔놓은 겁니다.
미란다가 "일이 좋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저는 멈칫했습니다. 그건 단순히 미란다 프리슬리 캐릭터의 대사가 아니라, 메릴 스트립 본인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메릴 스트립은 완벽한 몰입을 위해 앤 해서웨이와 일부러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낸 거리감이 스크린 위에서 살아있는 긴장감이 됐습니다. 20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두 배우가, 20년 후의 캐릭터로 다시 만난 그 순간이 겹쳐 보였습니다.
비하인드로 알려진 내용 중에 레이디 가가 출연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월드 투어 중임에도 메릴 스트립의 제안 하나로 흔쾌히 합류했다는 건 이 영화가 단순히 상업적인 후속편이 아니라 업계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뜻 아닐까요. 반면 시드니 스위니는 촬영까지 마쳤지만 전체 흐름과 맞지 않아 최종본에서 삭제됐다고 하는데, 이런 편집 결정 하나하나가 이 영화가 얼마나 서사의 완결성을 중시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위기 상황이 지나치게 빠르게 전화 통화와 돈으로 해결되는 인상이었고 핵심 악역인 벤지 부부의 존재감이 도구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저도 공감하는 비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뉴욕 빌딩 숲을 담은 장면에서 앤디, 나이젤, 미란다 각자의 노력을 조용히 인정해주는 결말은 제가 본 근래의 속편들 중 가장 따뜻하게 마무리된 엔딩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편, 1편 안 보고 봐도 되나요?
A. 저는 반드시 1편을 먼저 보고 오시길 권합니다. 2편은 1편의 결말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조라, 앤디와 미란다의 관계, 나이젤과 에밀리의 캐릭터 배경을 모르면 감정적 맥락을 절반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1편을 보고 오면 2편이 훨씬 풍성하게 느껴질 겁니다.
Q. 미란다의 실제 모델 안나 윈투어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
A. 안나 윈투어는 보그(Vogue) 편집장에서 콘데 나스트(Condé Nast) 글로벌 총괄로 승진하는 커리어 경로를 밟았습니다. 영화 속 미란다가 글로벌 총괄 자리로 이동하는 결말과 거의 정확히 겹치는 부분이라 현실 반영도가 꽤 높습니다. 다만 해외에서는 이 승진이 실질적 권한 이양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습니다.
Q. 레이디 가가는 왜 출연한 건가요?
A. 메릴 스트립이 직접 제안했고, 레이디 가가가 월드 투어 중임에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한 카메오 이상의 의미가 있는 캐스팅으로, 패션과 음악의 아이콘이 만나는 장면 자체가 이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Q. 에밀리 캐릭터의 실제 모티브는 누구인가요?
A. 많은 분들이 패션 에디터 플럼 사이크스를 에밀리의 모티브로 추측했지만, 본인은 직접 부인했습니다. 플럼 사이크스가 지목한 실제 모티브는 당시 안나 윈투어의 비서였던 레슬리 프레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2편에서 에밀리는 미란다와 가장 닮은 인물로 그려지며, 차가운 겉모습 뒤에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복합적인 캐릭터로 발전합니다.
결론
2편이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많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대치를 낮추고 봤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란다가 자신의 일이 즐겁다고 고백하는 그 짧은 순간이 저에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사랑하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패션 영화를 넘어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편을 재밌게 봤다면 2편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1편을 먼저 보는 건 필수입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20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저에게 1편을 다시 꺼내 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