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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소희와 전종서, 두 배우가 같은 화면 안에서 어떤 호흡을 만들어내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 보게되었습니다. 런던 아시아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인데, 막상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꽤나 복잡합니다.
줄거리 — 바닥까지 내려온 두 여자의 선택
낮에는 꽃집, 밤에는 술집. 화류계 에이스로 불리는 윤미선과 그 곁을 지켜온 단짝 도경은 4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어 돈을 모았습니다. 꽃집 인수 자금과 빌라 전세금 7억. 보통의 삶이 딱 손에 닿을 것 같던 순간, 술집 실장이 전세 사기를 치고 죽은 채 발견됩니다. 한 사람당 7억씩, 수십억이 한 순간에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빈털터리가 된 두 사람은 토사장이 땅속에 현금 7억을 묻어뒀다는 정보 하나를 듣고 직접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7억 아래에는 예상치 못한 것이 더 있었습니다. 일련번호도 없는, 누가 봐도 불법으로 만들어진 금괴(Gold Bar)가 수십 개. 금괴란 금을 일정한 형태로 주조한 실물 자산으로,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불법 자금 은닉에 자주 쓰이는 수단입니다. 요즘 금 한 돈이 90만 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걸 들고 도망가려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돈을 노리는 석구, 사라진 금괴를 찾으려는 토사장. 쫓고 쫓기는 구도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영화의 서사 구조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헤이스트 장르(Heist Genre), 즉 무언가를 훔치거나 가로채는 과정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쌓아가는 방식은 이미 많은 작품에서 써온 공식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공식 위에 두 여자의 감정선을 얹으려 했고, 그게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배우 연기 — 분명한 온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본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황소 역을 맡은 정영주 배우였습니다. 출연 사실 자체를 모르고 갔는데,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사 몇 마디 없이도 그 자리 전체를 장악하는 분위기, 저는 그 눈빛 하나로 완전히 영화 안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황소의 퇴장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고, 그 점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는 서로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Chemistry)를 보여줬습니다. 케미스트리란 두 배우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감정적 교감을 뜻하는데,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라는 게 화면 밖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소희 배우의 경우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퇴폐미(Decadent Charm)를 발산하는 역할이 이렇게까지 잘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퇴폐미란 화려함 이면에 깃든 어두운 매력을 이르는 표현으로, 이 영화가 가장 내세우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김성철 배우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번 역할에서는 솔직히 새로운 면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가 평소 제가 알던 김성철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다만 토사장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각본이 충분한 무게를 실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은 배우의 문제라기보다 연출의 아쉬움으로 보입니다. 메인 빌런이 관객을 압도하지 못하면 긴장감의 천장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정영주(황소): 등장만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눈빛 연기, 이른 퇴장이 아쉬움
- 한소희·전종서: 퇴폐미와 우정을 동시에 표현,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끌어나감
- 김성철(토사장): 새로운 면을 보여줬지만 캐릭터 무게감 부족은 각본 문제로 보임
결말 포함 서사 — 가영은 왜 그렇게 죽어야 했을까
결말까지 짚어보겠습니다. 금괴를 들고 도망치던 미선과 도경은 석구와 마주칩니다. 이들은 영리하게도 석구에게 현금 7억만 넘기고 금괴의 존재는 숨깁니다. 그리고 과거 화류계의 에이스였다가 은퇴한 최가영을 찾아가 일본으로 밀반출하는 계획을 세우죠. 가영은 일본 대사의 약점을 쥐고 있어서 외교 행낭, 즉 검색 없이 통과되는 외교관 전용 짐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가영 캐릭터가 내내 의문이었습니다. 가영은 딸들을 살리기 위해 금괴를 들고 호스트바로 가서 시간을 끌다가 황소에게 붙잡히고, 결국 검은 물이 가득 찬 웅덩이에 빠져 죽습니다. 극적으로 보면 모성 서사(Maternal Narrative)를 담은 장치인데, 모성 서사란 자신을 희생해 자식을 보호하는 서사 구조를 뜻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느낀 건 그 희생의 임팩트가 생각보다 약했다는 겁니다. 가영이 금을 가지고 간 이유, 혼자 붙잡히기로 결심한 이유가 화면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미선과 도경은 토사장의 족보, 즉 그가 저질러온 범죄 증거들을 확보하고,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아가씨들을 모아 승부 조작 정보를 흘립니다. 승부 조작(Match Fixing)이란 특정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경기 관계자를 매수하는 행위로, 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은 스포츠 산업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이 구조가 얼마나 촘촘하게 아가씨들을 착취하는 데 쓰였는지가 드러납니다. 결국 토사장은 전재산을 잃고, 공사장 웅덩이에 빠져 최후를 맞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미선이 인수한 꽃집 안에 금괴가 숨겨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관람 추천 — 애매한 영화, 그래도 볼 이유는 있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화끈한 액션 영화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기 어렵고, 잔인한 스릴러냐고 해도 애매합니다. 긴장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수준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런닝 타임이 1시간 40분 안팎으로 짧은 편이라 지루하게 늘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끝난 뒤 무언가 강하게 남는 여운이 있냐 하면 그것도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잘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배우들의 에너지 때문입니다. 영화 평론 분야에서는 종종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와 움직임, 조명, 색감 등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는 그 측면에서 퇴폐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화면 자체의 온도가 낮고 무겁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국내 범죄 장르 영화는 꾸준히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는데, 프로젝트Y는 그 범주 안에서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 결은 조금 다릅니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에 크게 거부감이 없고, 배우들의 비주얼과 분위기로 영화를 즐기는 편이라면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합니다. 기대치를 적절히 조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젝트Y 결말에서 금괴는 결국 어떻게 됩니까?
A. 미선과 도경은 토사장을 처리한 후 석구에게 금괴 위치를 알려주고 깔끔하게 자리를 떠납니다. 단, 마지막 장면에서 미선이 인수한 꽃집 안에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영화가 끝납니다. 일부 금괴를 따로 챙겨둔 것으로 보이며, 도경에게는 숨긴 게 없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결말입니다.
Q. 한소희 전종서 실제 케미가 영화에서도 보입니까?
A. 두 배우가 실제로 절친한 사이라는 게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억지로 만들어낸 우정이 아니라 편안하게 주고받는 에너지가 있었고, 저는 그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설득력 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두 배우 모두 캐릭터의 퇴폐미 표현에 집중하다 보니 감정선의 깊이가 아쉽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잔인한 장면이 많습니까? 무서운 영화인가요?
A. 폭력적인 장면이 있고 검은 웅덩이에 빠져 죽는 장면 등 다소 강렬한 연출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공포 영화 수준의 자극은 아닙니다. 범죄 액션 장르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면 크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이며, 오히려 액션 장면 자체가 기대보다 적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정영주 배우가 이 영화에 나옵니까?
A. 네, 황소 역으로 출연합니다. 파격적인 변신으로 많은 관객이 놀라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제가 출연 사실을 모르고 갔다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압도당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강합니다. 다만 캐릭터 퇴장이 빨라서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론
프로젝트Y는 완성도 높은 범죄 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애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서사보다 배우의 에너지와 분위기로 끌어가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소희·전종서의 호흡이 보고 싶어서 봤고,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거기에 정영주 배우의 예상치 못한 등장이 덤으로 따라왔고요.
기대치를 낮추고, 배우들의 비주얼과 퇴폐적 분위기를 즐기는 마음으로 간다면 러닝 타임이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빌런의 무게감이나 가영 캐릭터의 설득력 같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는 영화였습니다.